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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공부 원리 - 구 전자책 내용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 부호화, 회상

by 재우쌤 202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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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고 떠올리기

 

망각하기 전에 주기적으로 복습하라는 것도 알겠고, 학원 중독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럼 같은 수업을 여러 번 들으면 안 되냐고 물으실 겁니다.

특히 학부모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분명 또 이런 말씀하시죠.

 

“다 아는 얘긴데, 그러니까 우리 애는 이걸 말해도 복습하지 않아요.”

 

정말 많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학부모님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학원에 더 많이 보낼까 고민하시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같은 수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뇌과학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머릿속 뇌에는 전전두엽이라는 사령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우측 전전두엽 피질 내에 있는 이 사령관은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고 재생하는 과정을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이 사령관이 활발히 움직일수록 빠르고 정확하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얻는 외부 정보에는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교재와 선생님이 알려주는 강의가 있습니다. 이런 시청각적 자료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방법은 리뷰, 인식, 회상으로 나눕니다.

 

 리뷰는 외부 정보에 100퍼센트 노출된 상황에서 답을 찾는 걸 의미합니다.

선생님이 강의 후 칠판에 정리하신 내용을 받아쓰거나, 공부한 교재를 다시 읽어보거나, 인터넷 강의를 다시 시청하는 것이 리뷰에 해당합니다.

 

 인식은 외부 정보에 어느 정도 노출된 상황에서 답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풀이하는 문제집의 문제가 곧 인식의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있는 그대로 주는 건 아니지만, 답을 찾기 쉽게 정보의 일부에 노출됩니다.

 

 회상은 외부 정보에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백지에 써보거나, 혼자 중얼거리며 떠올립니다.

 

눈치 빠른 분은 예상하셨겠지만, 외부 정보가 적으면 적을수록 기억을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사령관, 우측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며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결국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교재나 강의를 다시 보거나 문제를 풀어보는 게 아니라, 백지에 아는 내용을 써보는 겁니다.

 다 써볼 것도 없이, 내가 정확히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만 쓰면 됩니다.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그냥 내가 한 번에 쓸 수 있는 양을 안 보고 쓰거나 떠올리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처음엔 불과 5줄 정도를 안 보고 떠올리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사람마다 이해하고 암기하는 정도가 다르니까요.

그냥 개념 공부하는 중간마다 안 보고 써봐요. 그게 시작도 못 할 정도로 어렵나요?

이때 이해 정도에 따라 쓰는 방식도 달라지긴 합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문맥이 파악된 상태라면, 내 언어로 바꾸는 ‘부호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부호화’ : 새로운 정보를 유의미하게 전환하여 장기기억 속에 파지하는 것)

하지만, 충분한 이해가 안 되어 암기 위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떠올려야 합니다.

즉, 공부할 때 내용 이해가 원활했다면, 백지에 순서도나 표를 만들며 키워드만 짧게 써봐도 충분히 메타인지가 가능합니다.

내가 아는 것이 맞는지 확신을 가질 수 있죠.

그런데, 만일 정확히 이해도 안 된 상황에서 ‘부호화’를 통해 기존에 있던 정보를 가공하여 암기하려 하면, 잘못된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면 그냥 교재나 강의에서 보고 들은 그대로 안 보고 떠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학습 중간마다 넣고 반복하면, 반복해서 읽거나 문제를 많이 풀이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호화?

 

갑자기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여 피로가 확 몰려오셨을 겁니다.

제가 ‘부호화’를 처음 언급할 때 자신의 말로 바꾸는 거라 소개했는데요.

교육학에서는 ‘부호화’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부호화 : 새로운 정보를 유의미하게 전환하여 장기기억 속에 파지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 저장하기 쉬운 형태로 정보(공부한 내용)를 가공하는 과정이 ‘부호화’입니다. 그럼 머릿속에 저장하기 쉬운 형태란 무엇일까요?

우선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줄이는 게 좋겠죠.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의 중심에는 무거운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가벼운 전자가 돌고 있다.”

 

이 문장을 어떻게 바꿔야 머릿속에 넣기 편할까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대한 키워드 위주로 줄이는 게 좋습니다.

 

원자 구성 : 원자핵(중심, 무거움) + 전자(주변, 가벼움, 원자핵 주변 돌고 있음)

 

불필요한 조사만 없앴을 뿐인데, 한눈에 보기 편해졌습니다.

여기에 간단한 그림까지 있다면, 머릿속에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겠죠.

이렇듯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변형하거나 정보를 찾아 암기해야 정확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럼 부호화를 잘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부호화에는 크게 4가지 전략이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절대 책에 나와 있는 정보를 그대로 암기하지 않고, 이 4가지 전략을 활용해 정보를 가공하여 머릿속에 정리합니다.

 

 첫 번째, 새로운 정보를 마주하면 기존 지식과 비교하고 연결하는 ‘정교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경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예를 들면 표면장력을 설명할 때 소금쟁이를 많이 떠올리죠. 수학의 경우에는 새로운 개념을 설명할 때 예전에 배운 지식을 통해 증명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꼭 연관된 개념끼리만 연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자의 구조를 암기할 때,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들을 떠올리며 암기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결국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 명확하고 많을수록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두 번째, 정보를 연관된 것끼리 분류하는 ‘조직화’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를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표를 만들어 정보를 분류하면 기억하기 한결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인간 본성은 선(善)하다고 본 맹자는 욕망과 이익을 좇는 행동이 외부의 사물로부터 자극받아 형성된, 인간 본성을 흐트러뜨린 행동이므로, 인간의 선(善)한 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욕망과 이익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반면 인간 본성이 악(惡)하다고 본 순자는 욕망과 이익을 좇는 행동이 외부로부터 자극받아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禮)의 교육과 실천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익을 좇는 마음을 통제하고 교화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맹자의 입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후략…)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이 정보를 있는 그대로 외우면 잘 외워질까요?

 

한 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요약하여 시험에 나올 키워드 위주로 표를 만들면 훨씬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특히 객관식 시험 문제를 대비하는데, 이 이상의 암기는 비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겠죠.

 

 세 번째, 정보를 시각적 형태로 변형하는 ‘심상화’가 있습니다.

마인드맵이나 순서도 역시 심상화 방법의 하나입니다. 언어적 정보와 비언어적 정보가 저장되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언어적 정보를 비언어적 정보로 바꿔 저장하면 뇌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각 자료를 통해 학습하길 권합니다.

 만일 언어적 정보 기억 장치의 용량이 100, 비언어적 정보 기억 장치의 용량이 100이라면 둘 중 하나의 저장 장치에 100 이상의 정보를 집어 넣으면 용량을 초과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일 150의 언어적 정보를 집어 넣으려면, 이 언어적 정보의 일부를 시각적 정보로 변형하는게 좋겠죠. 90의 언어적 정보와 60의 비언어적 정보로 나눠 저장한다면 용량을 초과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무게중심에 관한 도식의 예시입니다. 아는 정보는 최대한 적지 않고, 핵심이 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정보 위주로 순서에 맞게 정리합니다.

 

 네 번째는 앞서 소개했던 ‘맥락’을 이용한 ‘맥락화’입니다.

앞에서 길게 설명했으니 짧게 줄여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공부할 때 환경과 정서적 ‘맥락’까지 함께 저장되는 것이 ‘맥락화’입니다. 공부할 때와 환경과 정서적 ‘맥락’이 유사한 상황에서 기억이 잘 떠오르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의 일상이나 드라마 속에서도 ‘맥락’은 자주 사용됩니다.

 운동 경기만 봐도 홈구장에서 경기하는 팀이 유리하죠. 환경이 익숙하고 컨디션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 연습할 때 보였던 기량만큼 순조롭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이렇듯 ‘맥락’의 유사성을 잘 활용하면 기억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험 보는 장소에서 공부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죠. 그런데 만일 시험 보는 장소에서 공부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소를 옮겨가며 여러 장소에서 공부하면 됩니다. 어느 ‘맥락’에서도 집중하여 공부하면 환경이나 정서에 상관없이 공부한 지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공부하는 습관에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영어 공부할 때 어휘와 문법을 공부했다면, 어휘만 반복해서 외우거나 문법을 반복해서 쓰는 것보다 영작하거나 관련 예문을 함께 암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하는 방법 역시 환경적 맥락에 속하기 때문에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가며 공부하면, 시험 문제 유형이 다양하다 할지라도 순조롭게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부호화 전략 4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장기기억에 저장하기 쉬워지며, 기억을 떠올리기도 수월해집니다. 책을 반복해서 읽거나 인강을 반복해서 시청하는 것은 가장 안 좋은 공부 방법입니다. ‘부호화’를 거쳐 ‘회상’하는 공부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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