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중독의 치명적 단점들

졸고 있는 아이

 

학원 중독엔 어떤 단점들이 있을까요?

 

 첫째, 주기적으로 복습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왜 설명했는지 모르는 분이 아직 계실 거 같아, 짧게 다시 말씀드릴게요.

 결국 복습을 통해 재학습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장기 기억에 저장해야 하는데,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시간과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재학습 시간도 덩달아 길어집니다.

 복습 주기를 만들어 재학습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직접 경험해야 ‘자기 효능감’(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 높아지고 성취율이 올라가는데 말이죠.

 학원은 모든 학생의 성취율을 고려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둘째, ‘맥락’을 고려하면 수업을 듣는 게 좋은 공부 방식이 아닙니다.

 

 복습 주기만 문제가 된다면, 학원 중독이라 부를 수 없겠죠.

 교육학과 뇌과학에는 ‘맥락’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맥’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죠.

 지금은 최대한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맥락’이란 쉽게 말해 정서적 & 환경적 정보를 의미합니다.

학습할 때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공부한다면, 그 조용함과 어두움이 모두 학습 정도와 함께 저장됩니다. 심지어 우울한 기분에서 학습했다면, 그 우울함도 함께 저장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공부할 때, 이 ‘맥락’이 함께 머릿속에 저장되기 때문에, 시험 볼 때 원하는 정보를 떠올리려면, 공부할 때와 시험 볼 때의 ‘맥락’이 유사해야 합니다.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시험을 본다면, 학습할 때 암기한 내용이 잘 떠오릅니다. 밝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우울하지 않은 기분에 시험본다면 내용이 상대적으로 덜 떠오르게 되죠. 이렇듯 공부하는 환경과 정서를 시험보는 환경과 정서랑 유사하게 만들면, 맥락의 유사성으로 인해 공부한 내용이 더 잘 떠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수업은 선생님이 진행하십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그냥 듣고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 때, 생각보다 풀이법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명 선생님이 설명하실 때는 쉽게 느껴졌는데 말이죠.

 7년 전, 제가 영어 강사로 학원에서 근무할 당시 쉽게 설명하여 학생들에게 너무 좋은 강의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백지를 하나씩 나눠주고 오늘 배운 내용이 유익했는지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대답에 자신감을 얻고 학생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아는 대로 써보라 이야기했습니다.

학생들은 조금씩 끄적였지만, 이내 포기하였습니다. 학생마다 다를 거란 건 예상했지만, 그 편차가 너무 심했습니다. 심지어 가장 열심히 대답했던 학생 한 명은 무엇 하나를 제대로 적지 못했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수업을 많이 들을수록 이런 메타인지 착각이 심해지고, 만일 유치원 때부터 이런 식으로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았다면 메타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주기적인 복습의 중요성도 모른 채 학원만 많이 다닌 학생이라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 하락 폭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걸 들을 때 학생의 감정과 환경적 정보가 시험 볼 때 학생의 감정과 환경적 정보와 같을 수 없죠.

즉,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내가 말하고 써보고 문제에 활용해보며, 시험과 유사한 정서와 환경에서  떠올리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