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성적 향상의 도구일 뿐

공부 스트레스

➤ 학원이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치동도 그렇고 노량진도 그렇고 잘 나가는 학원은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각종 핸드 아웃, 자체 교재, 심지어 복습 영상까지 정말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요.

 

밤새 읽고 시청해도 끝이 없을 정보를 받고 또 받았는데, 왜 시험만 보면 원하는 점수가 안 나올까요? 이건 어린 학생만이 아니라 성인도 겪는 문제입니다.

 

“제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걸까요?”

 

예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받은 질문입니다.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이 학생은 노량진에서 1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불합격하였고, 또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죠.

 

새벽부터 일어나 가볍게 운동 후 교회에서 주는 무료 급식으로 한 끼를 해결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꾸준히 들었고, 어쩔 땐 10시까지 수업을 추가로 들으며 수업 내용을 빠짐없이 필기했습니다.

 새벽 2시까지 수업을 들은 교재를 다시 펼쳐 보며, 요약 노트에 교재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며 복습하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당시 영어 시험은 만족스럽게 보았으나, 결과적으로 또 불합격을 경험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당시 저는 뇌과학과 교육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공부 방법을 바꾸란 피드백은 하였으나, 정확히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왜 결과가 안 좋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 알고 있습니다.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을 텐데, 대치동 학생 대다수가 방학 때 오전부터 밤 10시까지 살인적인 학원 세팅을 견뎌냅니다.

 어릴 적부터 습관이 이렇다 보니, 나중에도 학원에 의존하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다시 한번 무엇이 잘못된 것일지 유추하시기 바랍니다. 답을 보지 않고 유추하신 뒤 뒤로 넘어가신다면 제 글이 더 쉽게 읽히실 겁니다.

 

후회

➤ 생각을 단순화할수록 복잡한 인생을 살게 된다

 

당시 이 학생은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암기할 것처럼 달려들었습니다.

학원에서 온종일 공부하면서, 영어 과외까지 받는다는 건 여간해선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이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식사 시간, 쉬는 시간, 공강 시간 등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은 수업을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이미 1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업을 들었을 텐데, 2년 차에도 같은 수업을 하루 6시간이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2년 차에 이렇게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있던 학생이 1년 차에는 수업은 안 듣고 놀기만 했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첫째, 왜 이 학생은 작년에 들었던 수업을 또 들어야 하는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둘째, 만일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렇다면, 똑같은 수업을 또 들으면 효과가 있는가?

셋째, 하루에 정보는 어느 정도까지 머리에 수용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도 해결하지 않고 공부한다면 자기 학대, 이런 의문도 해결하지 않고 자녀의 학원을 세팅한다면 아동 학대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찔리는 분들 꽤 많으실 거예요.

학원 설명회에 가면 항상 몇 명이 합격하였는지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합격자가 공부한 방식을 소개하죠.

그럼 그걸 나나 혹은 내 자녀에게 적용하려 노력하십니다.

 

공부하는 당사자에 맞춰 핵심을 조금씩 적용해보고 안 되면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봐야 하는데, 일단 들은 그대로 적용합니다.

그나마 성공한 사람의 핵심 비법을 분석하여 적용하는 분은 나은 편입니다.

그냥 생각하기 귀찮으니 성공한 사람이 다녔던 학원에 등록하고 학원이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생각을 단순화할수록 복잡한 인생을 살 게 됩니다.

 

결국 이 학생이 2년간 노력했음에도 불합격한 건, 정보를 머리에 많이 넣는 것만 신경 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