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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공부 원리 - 구 전자책 내용

회상보다 나은 공부법 : 인출(1)

by 재우쌤 202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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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회상만으론 한국형 시험을 대비할 수 없다?

 

실컷 설명하고 말이 바뀌어서 죄송하지만, 회상만으로 한국형 시험을 대비할 수 없습니다.

올바른 공부를 위해 회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시간 안에 공부를 마쳐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 시험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수능과 내신 시험은 ‘부호화’와 ‘인출’이란 정보 입출력 능력만 적절히 갖추면,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우수한 성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디 학교 시험만 그런가요.

토익 900점이 넘어도 회화가 안 되는 사람은 도처에 넘쳐나요.

그러니, 학생도 학부모님도 회상 위주로 공부하는 게 좋다는 건 이해해도, 다시 문제 많이 풀리는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원하는 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거지, 제대로 학습하는게 아니니까요.

 

처음엔 느리지만 반드시 가속도가 붙는다고 설득했습니다.

놀라운 건, 자녀를 최상위 학교에 보낸 학부모님은 격하게 동의하셨습니다.

그냥 명문대가 아니라, 서울대나 그 이상의 경쟁력을 지닌 해외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분들은 자신도 그렇게 가르쳤다며 대화를 리드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의사나 변호사 학부모님이 회상 위주의 공부법에 동의하지 않으셨어요.

문제를 많이 풀면 저절로 이해되는 건데, 그걸 꼭 안 보고 떠올려야 하냐며 말씀하셨죠.

저는 이미 앞에서 답을 드렸습니다.

학생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우면 문제 풀이 위주로 진행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회상 위주로 ‘연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내 자식인데, 절대 머리가 나쁠리 없어!”

 

이렇게 고집 부리며 아이를 문제 풀이 많이 시키는 학원에 보내셨다가 망가뜨린 후, 데려와서 고쳐달라는 고학벌 학부모님 많으십니다. 아이가 수리하면 다시 움직이는 기계라고 생각하시더군요. 전 그런 학부모님이 학생을 맡기시면 안 받습니다. 기껏 학생이 회상하는 습관을 조금 익혔다 생각되면, 황급히 문제 풀이 많이 하는 학원을 다시 세팅하십니다.

 그 분들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보다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교육학에서 답을 찾다

 

회상만으론 최상위권은 어려웠습니다.

전교권에 오르는데 회상이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인데, 1등이 되게 하는 건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거든요.

이건 제 경험이기도 하고, 제가 컨설팅하는 학생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저는 중학교 다닐 때, 공부하는 걸 아주 싫어했습니다. 항상 시험 1주일 전에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시험 하루 전이 되어서야 급하게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처음엔 회상 중심으로 개념을 읽고, 안 보고 노트에 내용을 쓰며 암기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서 틀린 내용을 다시 ‘부호화’하여 요약정리하고 안 보고 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하루 전에 책을 펼쳤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개념을 외우고 문제를 풀 시간이 없었습니다. 해설지를 보고 문제의 답과 보기에 대한 설명을 문제 페이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리고 개념 내용을 추가로 보충해 정리 후, 그 내용을 안 보고 백지에 쓰며 암기하였습니다. 놀라운 건, 그렇게 공부했음에도 반에서 5등 안에 들었습니다.

정말 신나게 놀다 시험 하루 전부터 공부했는데 말이죠.

 

그 기억을 떠올려 분석력이 좋은 학생에게 문제를 먼저 읽고 필요한 개념을 해설지와 개념 페이지를 참고하여 문제 페이지에 적어보게 시켰습니다. ‘부호화’를 거쳐 요약정리 후 안 보고 백지에 써보게 시켰습니다. 놀라운 건, 개념 페이지를 읽고 문제 페이지를 풀고 오답 분석 후 암기하나, 문제 페이지에 개념을 요약정리 후 암기하나 암기 정도는 비슷했습니다. 시간 소비는 절반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관련 연구나 사례가 있는지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서울대 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을 중심으로 작성한

 

중고등학생의 학업성취도, 부호화 및 인출 전략 간의 관계 분석

 

이 논문을 읽고 힌트를 얻었는데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신경쓰는 키워드는 ‘이해’와 ‘인출’이라 나와 있더군요.

‘인출’은 장기기억 속에 저장한 정보를 떠올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당연한 걸 안 하는 학생이 너무 많더군요.

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이해와 인출에 신경쓸까요?

학생들이 교육학을 공부한 것도 아닌데, 이해와 인출에 신경쓰는 건, 그 둘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출’은 ‘회상’과 유사합니다.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같은 말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인출’은 ‘회상’과 조금 다릅니다.

 

인출을 새롭게 정의하다

 

혹시 이런 경험하신 적 없으신가요?

개념을 읽는데 갑자기 시험에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올지 예측이 되는 경험.

그럴 때면 ‘자기 효능감’(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 상승하고, 어김없이 성적이 잘 나옵니다.

그래서 인출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개념이나 답을 그냥 떠올리는 게 아니라, 시험에 출제되는 유형을 예상해서 개념을 가공해야 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자면, 삼각형의 한 변을 이등분하는 중선이 꼭짓점에서부터 연결되어 있으면  중선 정리나 무게중심을 사용합니다.

 

 영어는 어법 문제에서 that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접속사나 관계대명사랑 비교하거나 that의 쓰임이 다른 경우를 찾는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국어는 직유법이 나오면 은유법이나 기타 다른 비유법으로 보기가 구성될 수 있음을 깨닫고 학습합니다.

 

즉, 교재에 나온 그대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와 비교될 수 있음을 알고 개념을 확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시험에 나올 예상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개념을 확장하고 주기적으로 떠올리는 방식을 새로운 ‘인출’이라 정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출’에 대한 정의는 교육학에서 정의한 인출과 완벽히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육학에서의 ‘인출’은 ‘부호화’를 거쳐 장기기억에 저장한 지식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미 ‘부호화’를 통해 저장하기 쉽게 가공하는 과정이 선행된다는 것을 교육학에서도 이야기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출’이 기존의 ‘인출’과 많이 다른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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