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인출의 도구
새로운 ‘인출’을 하려면 시험에 어떤 식으로 문제가 출제될지 예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확률 높은 이번 시험의 출제 방식은 뭘로 알 수 있을까요?
뭐겠습니까? 당연히 작년 기출문제겠죠.
출제자가 바뀌었다면, 바로 전에 본 시험의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출제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죠.
시험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선생님은 시험이 어떻게 나올지 힌트를 주십니다.
이런 힌트를 종합하면, 문제의 유형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출제자가 시험 유형을 알려주지 않거나 족보를 구할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결국 차선책은 문제집이죠.
문제를 풀며 문제 패턴을 파악하고 개념을 재암기할 때 패턴에 맞춰 바로 인출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주기율표는 화학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지만, 이 주기율표를 단순히 처음부터 암기하기만 하면,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없습니다.
자주 출제되는 원소 기호가 무엇이고,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인출하는 게, 시험에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죠.
➤ 오답 분석보다는 문제 분석
학생들에게 오답 분석을 시키면 앞으로 오답이 줄어들 것인가?
안타깝게도 상위 10% 안에 들 정도로 공부 습관이 잘 잡혔거나 머리가 좋은 학생이 아니라면, 오답 노트를 만들거나 오답 분석하는 것이 생각만큼 효과가 없을 거다.
학생들이 오답을 같은 이유로 틀릴 확률은 70% 이상이라 한다.
오답을 분석하면 이 확률이 줄어들긴 하지만, 100% 정답을 고르는 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개념을 확장하지 못하면 틀릴 확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직유법만 안다고 비유법 문제가 나왔을 때 정답을 맞힐 수 있는가?
무게중심의 유도 과정을 안다고, 수학 문제에서 도형을 보자마자 무게중심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that이 그 문제에서 사용된 어법적 쓰임을 알아도, what, if, whether등과 비교할 줄 모르면 정답을 맞힐 수 없습니다.
즉,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힌 문제라고 그냥 넘어가면, 인출 도구로서의 문제를 제대로 활용한 게 아닙니다.
학생들이 잘 생각해야 할게, 귀찮다고 문제를 많이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확장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고생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특히, 중학생보다 고등학생, 시험 점수 순위로 합격이 결정되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고집부리지 말고 그날 풀이한 문제는 반드시 분석하여, 개념을 확장하기 위한 단서로 활용하세요.
그 공부, 생각보다 오래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고시나 수능 합격자들 중 몇몇은 문제를 풀지 않고 문제에 정답을 쓴 후, 역으로 개념을 암기했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 핫한 ‘이윤규’ 변호사님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공부하셨다 하죠.
저도 놀랐습니다.
저만 그렇게 공부한 줄 알았거든요.
➤ 이해력을 높이는 인출
저는 항상 학생들에게 2살 어린 동생에게 설명하듯 개념을 말해보라 권합니다.
특정 용어와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알고 있는 겁니다.
그냥 떠올리는 ‘회상’도 ‘연상 네트워크’를 통해 이해 정도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인출은 한층 정확하게 ‘이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문제를 풀거나 답지를 보아도,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는 문제인지 모르는 학생이 꽤 많습니다. 이런 학생은 문제 풀이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곤욕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안 풀어도 해설지를 보고 출제자의 의도를 스스로 설명하면,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본 개념이 안 잡힌 학생은 이제 본인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문제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교재가 제공하는 개념만으론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대, 영어 자습서에서 to 부정사의 형용사적 용법에 관해 설명했다고 해서 형용사적 용법만 알면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명사적 용법과 부사적 용법을 알아야 풀이가 가능한 문제도 있고, 동명사를 알아야 풀이가 가능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걸 문제를 통해 확인하고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찾는 것이 공부이며, 문제를 풀이하기 위해선 관련 개념 중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분석하는 것 역시 공부입니다. 그리고 분석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인출하여 내 걸로 만드는 게, 가장 필수적인 공부입니다. 이게 ‘연상 네트워크’를 카테고리별로 더 정교하고 촘촘하게 연결시켜주고, 지식이 ‘망각’에 의해 소멸되지 않고 쌓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내신 학원에서 다 해주는 거네
여기까지 설명하면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무릎을 치며, 알았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꼭 내신 학원에서 이 번거로운 과정을 다 해주는데 뭐하러 시간낭비 하며 찾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남이 찾은 걸로 공부하면 효율적일 거 같지만, 분석력과 메타인지 능력은 계속 떨어집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 우등생이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점수가 말도 안 되게 하락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공부만 못하면 상관 없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학원에 보낸다는 학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학부모님만큼 아이를 신경쓰는 학원 선생님이 과연 있을까요?
떠먹여주는 건 쉽지만, 스스로 하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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