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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공부 원리 - 뇌과학, 교육학

나는 이것 때문에 다시 공부했다(20대 마지막에 고려대 입학 이야기)

by 재우쌤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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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우쌤입니다.

 

여러분, UCLA 대학교 아시나요?

이 대학이 어디 있는 대학이며, 왜 이름이 UCLA인지 아시나요?

 

예전 2005년쯤? 제가 군대에 있을 때인가... 그때 가수 김흥국 씨의 어록이 유행이었데요.

저는 군대 나와서 접하게 되었는데.

 

Cyber Lover를 '씨버 러버'라 발음하시고, UCLA 대학을 '우클라 대학'이라 발음해서 / 유명한 분입니다.

아마 '호랑나비'라는 히트곡보다 이런 어록이 더 유명할 거예요.

 

어쨌든 그런 이야기 자체가 몇 년 간, 마치 무식함의 대명사처럼 퍼져나갔죠.

지금도 기억하는 분 꽤 있을 거예요.

 

저는 성격 탓인지 전혀 웃기지 않았어요.

저는 UCLA 이야기는 몇 번 들었어도 별 관심이 없었고, 우클라 대학이라 말하는 게, 왜 웃긴 지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봤고, 이런 이유는 아닐까 짐작은 가는데, 그게 왜 웃긴 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혹시나 해서 오늘 건국대 졸업하고 LA에 10년 넘게 사는 사촌 형에게 다시 물어봤는데, 우클라 대학이라 부르면 안 되는 이유를 본인도 모르겠데요.

뉴욕에 40년 사신 고모께도 여쭤볼 계획인데, 아마 모르실 거예요.

 

일단 UC는 캘리포니아 대학을 의미합니다.

UC 버클리, UC 로스앤젤레스, UC 샌디에이고처럼 캘리포니아 대학이 어느 지역에 있냐에 따라, UC 뒤에 지역명이 붙습니다.

 

역시 땅 덩어리가 크니까 대학도 여러 곳에 나눠서 짓죠.

우리나라의 분교, 본교 시스템이 아니라, 각자 독립된 운영 체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UC라는 연합 학교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유클러라고 부르지 않는 거겠죠.

그리고 만일 그렇게 부른다면, UC샌디에이고는 UCSD인데, 유크스드라고 부르긴 좀 웃기잖아요.

 

실제로 UCLA를 유클러라고 줄여 말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좋은 의미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꼭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누가 정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김흥국 아저씨가 우클라 대학이라 부르니까 많이들 웃으셨죠.

전 이게 썩 좋지 않더라고요.

뭐 예전부터 그런 컨셉이긴 하셨죠.

그렇다 보니, 누구나 착각할 만한 이야기를 해도, 무식해서 모른다는 식으로 표현되고, 잘 모르는 사람도 일단 웃고 봐요.

지금 보면 김흥국 아저씨도 그 덕분에 방송이 잘 되시고, 웃으며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저는 당시 수학 1등급에 영어가 7등급이라 지방대 갔다가 자퇴한 고졸이었습니다.

그런데, 일하다 동료들끼리 좋아하는 수학 이야기가 나와서 끼려 하면, 고졸이 뭘 아냐는 듯 쳐다보거나 무시하는 거예요.

딱 보니 미적분 개념을 잘 몰라서 헷갈리더만, 고졸이 알려주니까 굉장히 불편해하더라고요.

 

이게 낙인효과가 되어서, 나는 진짜 무식한데 감히 대졸자들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남이 무시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거. 그게 싫어서 다시 공부했고, 고려대학교를 30대에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고려대 들어가기 전이나 고려대 졸업 후나 내 지식량이 그렇게 크게 바뀌진 않았어요.

대학 학사 졸업하면 얻는 건 하나입니다.

'내가 정말 무지했구나.'

'학문 하나만 제대로 파도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구나.'

그래서, 배운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하니까 겸손해지는 게 아니라, 배울수록 내가 무지하다는 걸 깨달으니까, 겸손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배움이 늘어날수록 배움의 끝이 더 멀다는 걸 깨달으니까,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못 배울수록 배움의 끝을 가늠할 수 없으니, 자신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게 되죠.

여기서 못 배웠다는 건, 학벌이 아니라,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려는 자세를 / 잃어버린 걸 의미합니다.

서울대생이나 / 고졸이나 독서와 공부를 게을리하면 무식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게을리하는 사람은 뒤처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까, 학벌, 직업,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나보다 평가 결과가 안 좋으면 일단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신보다 평가 결과가 좋다고 떠받드는 것도 아니에요.

진짜 꼰대가 되어가는 거죠.

무지해지는 과정입니다.

정말 배운 어르신은 자기 과거 스펙부터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 이 안경 10년간 한 안경원에서 사 왔는데, 안경원 사장님이 서울대 나오신 거, 장사 접으실 때 처음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고졸로 일하면서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 많이 봤어요.

대부분 50대 이상일 거 같죠?

아니요. 이삼십대가 더 많았어요. 불안하거든요.

누군가 나보다 열심히 살면 불안해요.

고려대졸로 살면서도 안 만날리 없지만, 적어도 앞에서 티 내는 사람은 거의 못 만나죠. 뒤에선 이야기할 수 있죠.

저도 뒷담 최대한 안 하려 하는데, 그래도 하게 돼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네가 만일 최선을 다 하지 않는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대신, 어떤 분야에서 정말 일인자가 되어, 서울대생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너에게 아무 말 못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네 생각만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아니, 무시당할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그 분야에 무지한 자들은 결과물에 별 차이를 못 느낀다면, 고졸보다는 서울대 졸업자를 더 신뢰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고졸로 남의 밑에서도 일하고, 내 장사도 하면서, 공부가 인정받기 가장 쉬운 길임을 깨달았기에, 20대 후반에 고려대에 입학했습니다.

 

30대에 고려대 졸업한 게 자랑일 수 없지만, 적어도 고졸이라고 실력이 아니라 무식함으로 까는 사람들은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능이 되었건, 고시가 되었건, 그 어떤 것이건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거 100% 공감하실 거예요.

힘내세요.

대신 성공해도 계속 공부하며, 나보다 과거가 안 좋다고 비웃지마세요.

진짜 무식해보여요.

인생의 지식이 100이라면 0.2냐 0.5냐 이 차이인데, 2배 이상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게 무식한 겁니다.

계속 공부하세요.

 

마무리합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해집니다.

그냥 포기하고 지금 더 뜨겁게 공부하세요.